[필사] 좋아하는 조각 글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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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인간이 신 없이 종교적일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지를 생각하는 무신론자인데, 나에게 그 무엇보다 종교적인 사건은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의 곁에 있겠다고, 그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결심하는 일이다. 내가 생각하는 무신론자는 신이 없다는 증거를 손에 쥐고 환호하는 사람이 아니라, 신이 없기 때문에 그 대신 한 인간이 다른 한 인간의 곁에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이 세상의 한 인간은 다른 한 인간을 향한 사랑을 발명해낼 책임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는 신이 아니라 이 생각을 믿는다.

- 신형철 문학평론가 · 조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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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술사든 그렇지 않든 간에, 사람에게 자아는 절대적이다. 어떠한 선행이든 악행이든, 그것이 정말로 타인을 구원했는지, 아니면 상처 입혔는지는 알 방도가 없어. 하지만 그게 오인이든 오해든 간에, 자신이 당도한 삶이라면 가슴을 펴라. 자신을 위한 싸움에 도전할 거면, 하다못해 독선으로 타인도 물들여 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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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드 엘멜로이 2세의 사건부 3권 / 산다 마코토, 정홍식, 사카모토 미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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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개월 정도씩 지속되곤 하는 광적인 창작열의 짧은 시기가 지나면, 상대적으로 무료하게 느껴지는 차분한 시기가 반년 이상 찾아온다. 처음에는 그 차분함이 갑자기 힘을 빼앗긴 듯한 박탈감으로 이어지기도 했는데, 이젠 그 시간을 루틴으로 차근차근 채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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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정해진 시간에 자리에 앉아 작업을 하고 새로운 것을 익히고 커피를 마시고 산책을 하고 남는 시간에 넷플릭스를 보거나 게임을 하는 일상이 차곡차곡 쌓여 간다. 예전에 여러 작가들의 인터뷰를 보며 신기해하고 동경했었던, '프로페셔널한 루틴'을 나도 드디어 갖게 되었다. 근사한 일ㅇ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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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이 기대하는 '마술적인 모멘트로 가득한 예술가의 삶'에 비해선 재미없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그런 루틴 속에서 오히려 더 좋은 곡을 쓰기도 하는 경험은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다. 나를 파괴하고 소모하지 않으면서도 좋은 작업을 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내가 나를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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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기에 나 이제 아무것도 못 만들게 됐나봐, 내 재능과 힘과 흥미는 거기까지였나봐, 이제 다 트렸나봐, 생각하지 않고 좋은 걸 읽고 보고 접하며 재료 창고를 착실히 채우는 사람만이 다음 번의 축제를 즐거이 맞이할 수 있다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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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운동뚱'에서 사이클을 배우기 시작한 김민경이 거듭 균형을 잃고 넘어지자 속상해서 눈물을 보이니 코칭을 해주던 김원경 선수가 못 타도 된다, 안 타도 된다, 근데 해보지 뭐, 한번 도전해보자고 위로하며 "이건 과정이에요. 실패가 아니라"고 건넨 격려의 말에 나도 뭉클하더라.

>> 정확히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하는 코칭입니다. 변화를 '목표 중심'으로 놓으면 달성여부로 스트레스가 되는데, "경험과 과정"의 프레임으로 놓으면 학습이 가능해지고, 도전하게 되는 것. 이것이 안전감의 실제이자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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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 전 두 딸에게 쓰는 유서에는 이런 말을 적곤 했다. '누가 뭐래도 네 인생은 네가 컨트롤해야 한다'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타인에게 기대지 않는 것이며, 모든 것은 너의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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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곳에선 절대 밤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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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느리게 찾아와요.

그래도 괜찮아요.

반드시 찾아와요.

그럼 그동안 친한 친구들이랑 놀러나가는 건 어때요? 괜찮은 와인에 책도 좀 읽고요. 춤도 좀 추고 충만한 시간을 보내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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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우울함이 밀려오는데, 이건 내가 원하는 내 이상이 높기 때문이다. 그 이상에 비해 내 지금 실력이 초라하기 때문에 그런거지. 더 잘하고 싶은데 머리도 딸리고 체력도 딸려서 그런것. 그렇지만 이건 어차피 평생가는 기분인걸. 인정하고 묵묵히 가는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조금씩 더 발버둥. 거기서 그냥 좌절하거나 옛날에 좋았지라고만 하거나 기분나쁜 감정이니 덮고만 가면 거기서 끝나는 거고, 어쨌거나 울면서 거기서 발버둥치면서 조금씩 기어가는 수 밖에 없는거고, 그러면 뭐... 언젠간 된다. 그게 나는 '대충 살아가는'것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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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 마가렛 미드에게 그녀가 문명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무엇이냐는 질문이 던져진 적이 있었다.

질문을 한 사람은 낚시바늘이나 토기, 간석기 등을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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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니였다. ㅁ디ㅡ는 문명의 첫번째 징조는 "부러졌다 붙은 흔적이 있는 다리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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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드는 설명했다. "만약 당신이 동물의 왕국의 주민인데 다리가 부러졌다면, 당신은 죽어요. 위험으로부터 달아날 수도 없고, 물을 마시러 강에 가거나 사냥을 할 수도 없어요. 당신은 그냥 다른 짐승들을 위한 고기일 뿐이에요. 동물은 부러진 다리로 살아남을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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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부러졌다 붙은 흔적이 있는 다리뼈는 누군가가 그 사람이 치유될 때까지 곁에서 도와주었음을 나타내요. 누군가가 곤경에 처했을 때 그 사람을 돕는 것이 문명의 시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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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엔 선과 악이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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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고 갈리프레이를 떠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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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의 분석 결과에 따르면 악이 언제나 승리해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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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하게 행동하는 건 실용적인 생존 전략이 아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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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성심과 자기희생

사랑이 필요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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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왜 늘 선이 승리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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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끔찍한 우주에서 무엇이 선과 악의 균형을 맞추는 걸까?

논리적인 뭔가가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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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면 신비한 힘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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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네가 누군지 몰랐어

너는 햇살이었고,

바람이었고,

충동이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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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가루 같은 물방울이었고,

춤이었고,

맑고 높은 웃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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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내게 최초의 아침이었어

| 황강록, 검고 푸른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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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알아서 다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진짜 독립적인 사람들은 잘 의지하는 사람이라는 걸 깨닫고 예의바르게 슬금슬금 기댄다. 가족에게 친구에게 책에 노래에 영화에 차에 내가 좋아하는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류애 잃기 쉬운 세상에서 다정함을 지키려는 사람들에게 힘을 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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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함은 힘이 쎄다. 죽고 싶은 사람을 살린다. 악하게 사는건 쉽고 착하고 바르게 사는 건 어렵다. 그래서 찌질하고 비겁하게 악하게 살면서 그걸 미화하거나 합리화하는 케릭터나 사람보다 힘들어도 구겨진 마음을 펴가면서 선함을 지켜내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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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고 때론 이기적으로 살고 싶다가도 다정하고 정직하고 무해한 말랑말랑한 사람들이 멋지고 귀엽고 닮고 싶어져서 그렇게 살려고 다짐해본다. 부족한 나를 성장시킨 건 단언컨데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사람들이니까. 고통은 사람을 뿌리내리게 하지만 지나치면 영영 죽여버리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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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못되게 살았을 때 누군가 묵묵히 선함으로 세상의 균형을 맞춰줬을테니까 세상은 히어로가 아니라 묵묵하고 정직하게 일상을 지켜내는 사람들로 구원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