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 자유는 그 주인보다 위대할 순 없다

Freedom, freedom never greater than its owner

자유, 그것은 자유를 가진 자보다 대단할 순 없지

No view is wider than the eye

그 어떤 풍경도 시야보다 클 수는 없다네.

- Kings of Convenience, <Freedom and Its Ow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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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s of Convenience. 노르웨이 듀엣 그룹이자, 몇 년에 한 번 앨범을 낼까말까한 그룹. 매우 시적이고 심오한 가사들과 아름다운 기타, 전혀 상반된 두 성격의 멤버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음색과 감각적인 앨범 커버까지. 한국에는 '킹컨' '편리왕'등의 이름으로 알려져 있고 현대차 광고에 자신들의 대표곡을 ost로 넣기도 하였다. 킹컨은 옛날부터 아주 좋아했던 아티스트 그룹이었고, 상업적 멜로디가 기분 좋은 의미든 기분 나쁜 의미든 이 세상을 휩쓰는 속에서 가끔 지친 새가 날개를 뒤일 공간 같은 곳이었다 - 비록 이 헐리웃 리듬에 찌든 새는 곧 기운을 차리면 그 섬을 떠나곤 했지만, 그래서 킹컨은 4년 5년마다 나의 mp3에 들어왔다가 나갔다를 반복했다. 변덕스러운 취향은 그들을 지워버리면서도 그들의 가사만큼은 가슴과 눈에 영영 새기고 싶어했다. 영어가 많이 는다면 어느 날, 반드시 이들의 가사를 한국어로 번역하겠노라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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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의 노래 중 가장 좋아하는 노래 하나는 (굳이 꼽자면) <Freedom and Its Owner>이다. 그들은 노래한다. 자유, 그것은 위대하지. 하지만 그것은 결코 자유를 가진 자보다는 위대할 수 없어. 풍경, 대자연, 그것은 넓고 광활하지. 하지만 우리는 우리의 눈크기보다 큰 풍경은 절대로 볼 수 없을 거야. 아주 대단한 철학자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들의 가사는 상황에 따라 곱씹을 만하다. 풍경은 무엇인가? 나의 눈보다 클 수 없다고? 무엇이 자유일까, 풍경이 자유일까, 그걸 바라보는 나와 나의 눈이 자유일까, 아 나는 ( 나의 눈은 ) 소유자인가? 그것은 더 위대한 것일까 아니면 불행한 속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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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들레르의 산문시 <가난한 자를 때려눕혀라 Assommons les Pauvres>에는 보들레르의 반항기와 혼미한 비판의식이 가득 담겨져있다. 이 산문시에는 KoC의 노래를 연상할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문장들이 있다. "상대를 증명해주는 자만이 상대방과 동등한 거라오. 그리고 자유를 정복할 줄 아는 자만이 자유를 누릴 가치가 있는 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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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증명하고 싶어하는 듯한 시의 화자는, 곧장 자신에게 돈을 얻어내기 위하여 자신의 자존심을 버리고서 구걸해야하는 '가난한 자'(굳이 모욕적으로 말해야한다면 '거지')를 때려눕힌다. 멍하니 얻어맞던 '가난한 자'는 마침내 자신이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가장 마지막의 인간성, 즉 분노를 끌어올린다. '가난한 자'는 곧장 중산층의 한 일원이기도 할 화자를 때려눕힌다. 이가 빠지고, 피가 철철나지만, 싸움을 제대로 배워본 적도 없는 이 화자는 그제야 안도한다. 그는 말한다. "이제 당신과 내가 동등해졌소! 나와 돈주머니를 나누는 영광을 베풀어주시오." 자신의 인간성을 버리고서 구걸하는, 어찌 보면 역설적으로 모든 것을 버려가며 돈을 버는 '가난한 자'를 '때려눕힘'으로써, 그리하여 그의 안에 있던 어떠한 '분노, 생경함, 당혹감, 울분'을 일깨움으로써, 그리하여 인간과 인간으로서 상대와 마주함으로써, 화자는 비로소 '가난한 자'에게 돈을 감히 건넨다. 여느 자선단체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여느 도덕 교과서나 지나가는 목사의 위로, 학교 선생들의 충고와 전혀 다른 방식으로, 화자는 도리어 가난한 자를 때리고, 눕히고, 짓밟음으로써, 그것이 진정 세상에 그를 대하는 방식임을 깨우고, 그가 지금 어떤 부당함을 마주하고 있는 것인지를 '증명'했던 것이다. 상대의 존엄함을 증명한 것이 아니라, 상대의 비참함, 비인간성, 극도의 약자성을 '증명'해줌으로써. 어떻게 보면 세상의 그 어떤 부분들보다도 화자의 '증명'이 가장 '진실' 되었을지도 모르리라(진실을 구성적 의미로 남겨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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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를 정복할 수 있는 자만이 진정 자유를 누릴 가치가 있다.... 아아 자유, 19세기의 꽃. 서구 철학과 현대 이념과 극도의 성전과도 같은 것. 하지만 그 자유를 이 '가난한 자'는 한 번이라도 만질 수 있었나? 그에 한 발짝이라도 다가갈 수 있었나? 자유는 가난한 자에게 어떤 영광을 주었나? KoC가 노래한다. '자유, 그것은 그것을 소유한 자보다 결코 대단할 수 없다네' ... '어떤 풍경도 우리의 눈보다 클 수는 없어.' .... 그래, 우리의 눈보다 클 수는 없는 풍경이라. 새는 날아가며 자신이 무한을 가로지르는 자유로운 존재라 자랑스러워 할 것이지만, 어쩌면 새의 시야 밖은 거대한 우주의 낭떠러지일지도 모르는 바. '자유는 그를 가진 사람보다 위대할 수 없다'를 아주 삐딱하고 냉소적이고 아프게 읽는다면, 우리의 자유를 계속해서 의심하게 될 지도 모른다. '자유를 정복할 줄 아는 자만이 자유를 누릴 가치가 있는 거요' .... '가난한 자'는 자유롭지 않은 자가 아니라 자유를 정복한 적이 없는 자였을 지도 모른다. 자신이 자유롭다고 믿었던 자, 시야 밖 우주의 낭떠러지를 보지 못했던 자, 자유로웠지만 자유에 손을 뻗어본 바가 없는 자. '정복'이란 공간을 감으로써 비로소 이루어지는 것이다. 적의 바로 앞 고지까지 군대를 밀어붙여 승리를 예견하더라도 성 '안'으로 들어가서 깃발을 꽂지 않는 이상 그것은 close one은 될 수 있어도 결코 정복이 될 수 없다. 자유. 성. 정복. 소유.

우리가 지금 낭떠러지를 보지 못하고 있는지, 우리가 지금 낭떠러지에 있는 것인지, 그리하여 우리를 속은 자, 기만당한 자라는 명확한 언어로 언어화할 수 있을 것인지는 어찌보면 중요하지 않다. 정복이라는 폭력적이고 제국주의적인 언어를 써가며 자유를 논하는 것은 역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가 세상에 의해 '때려눕혀지는 경험' ... 오직 그 감각만이 남는다. 일순간 우리는 자유롭고 무한대의 하늘을 날다가 우주의 벽에 부딪혀 머리가 깨져 추락하는 새처럼 추락하고 또 추락할 것이다. 풀어헤쳐지고 무한히 펼쳐져 있는 무언가에 대한 자유의 심상 자체가 모순이고 낡은 것이 되리라. 가난한 자를 때려눕혀라. 가난한 자들이여 그대의 시야각은 몇 도인가? 자유는 그것을 가진 자보다 위대하지 않을 것이다 - 그런데 자유라는 게 위대했던가?